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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을 소비하기


 

1. 교황님 따라 하기

 

요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은 지구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신자건 비신자건 간에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까지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신자가 자기 아내와 의견 차이로 마음이 언짢았는데 교황님의 새해 10가지 결심 중 “생각이 다른 사람과 벗이 되기”라는 말이 떠올라 곧바로 아내와 화해했다고 한다. 그는 올 한해를 교황님이 결심한 내용을 따라 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는 아동성추행과 돈세탁으로 성스러운 이미지를 실추시키며 위기의식을 고조시켜왔지만 새로 등장한 지도자가 보이는 사상과 행동은 모든 분위기와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바티칸에 대해 얼마나 비판적이었던가? 그에 비해 연일 보도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파격적 언행은 전 세계를 놀라움과 감동에 휩싸이게 한다. 호화로운 교황 관저를 마다하고 수수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고, 무슬림 여성의 발을 씻기고 입 맞추거나 교황 전용 차량인 고급 승용차 벤츠에 타는 대신 준중형인 포드 중고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은 전임 교황들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밤에 몰래 교황청을 빠져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또한 최근에 발표한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자본주의의 탐욕을 거세게 비판하여 마르크스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오히려 많은 이들의 갈채를 받는다. 교황으로 선출된 지 9개월도 되지 않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2013년 올해의 인물로 뽑힐 만큼 이제 전 세계를 향한 교황님의 리더십은 엄청난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교황님의 리더십은 정치적 파장까지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 불평등 해소 등 진보적 발언으로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미국 정치권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 ‘프란치스코 교황 따라 하기’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무기삼아 최저임금을 올리고 실업급여를 인상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공화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빈곤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당에서 빈곤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대화의 문을 열어줬다고 평가한다. “진정한 가톨릭은 정치에 관여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대로 종교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2. 프란치스코 효과

 

“리더십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리더십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새로운 면모는 교회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을 ‘프란치스코 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바티칸 방문객이 요즘 들어 크게 늘었다. 교황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등장한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66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바티칸을 찾았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인 2012년 한 해 관광객 230만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교회를 떠난 많은 신자들이 교회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불평등을 고쳐나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덕분일 것이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는 소박함에 매료된 사람들 중에, “교황이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고 했는데 뭘 하면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교황명을 빈자들의 성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따랐고, 교황 즉위 강론에서 한 첫마디 역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약하고, 가장 비천한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하는 그분의 비전과 방향에 갈채를 보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효과는 역대 교황들이 주창한 새로운 복음화의 열매이며 모델이다.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남미를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발표한 새로운 복음화는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식, 새로운 표현”으로 실현된다고 언급되었다. 30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새로운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과 표현으로 예수님을 전 세계에 증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의 사명인 복음화를 새롭게 하는 분이며, 자신을 낮춰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유형의 종교 지도자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보겠다.

 

3. 미디어로 소비되는 교황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다 보니 일반 신문사나 방송사의 취재 경쟁을 낳고 있고,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 영상화되어 글로벌 뉴스로 다루어진다. 교황님에 관한 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상품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소셜 미디어는 뉴스의 상품화를 확대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트위터 팔로어 1000만명을 거느리고, 12억 페이스북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화제에 올린 인물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다. 교황님에 관한 애플리케이션으로 “Pope App”는 교황님의 공식행사를 실시간 영상으로 또는 이미지로 보여준다. 페이스북에서는 교황님 강론이나 메시지가 한글자막을 입힌 영상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역대 교황님의 말씀과 활동을 주로 올드 미디어가 뉴스로 다루었고 그 뉴스를 수용자들이 수동적으로 소비해왔다면, 현 교황님에 관한 뉴스는 올드 미디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뉴미디어 채널을 통해 매우 능동적이고 활발하게 소비되면서 동시에 (재)생산되고 있다.

 

4. 교황님을 소비하는데 따르는 위험성

 

소비지향적 삶의 양식을 따르는 소비사회는 소비를 통해 신분, 계층, 성향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강화해간다. 이런 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한 뉴스의 상품화는 가톨릭 신자에게 교회 구성원이면서 신앙인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다른 종교인이나 무종교인에게조차 겸손과 사회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는 교황님의 뉴스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우호적 시각과 이미지를 가지게 한다. 그러나 교황님에 대한 뉴스의 상품화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교황님에 대한 뉴스의 상품화는 그분의 말씀과 행동을 종교적 전통에서 분리시키고 그것만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뉴스의 소비자들은 교황님이 자본주의 폐해를 단호히 비판하는 말씀이나 극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남자를 껴안고 입 맞추는 파격적인 행보에 열광하지만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가톨릭교회의 교리는 수용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소위 ‘종교의 탈규제화’로 불리는 이 현상은 가톨릭 신자조차 가톨릭 교리를 자기 취향과 관심에 따라 선택 사항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일컫는다.

둘째, 인간의 현상적인 욕구를 채우려는 소비성향에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다양하게 소비하지만 자신들의 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더욱 새로운 교황님의 행보를 욕망하려 한다. 만약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서 더 이상 소비할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교황님에게 실망하여 돌아설 수도 있다. 셋째,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은 교회 전통과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자칫 얄팍한 혼성, 즉 브리코라쥐(bricolage)의 문제점을 동반한다. 깊고 폭넓은 교회 전통과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종교문화적 내용물과 상징들을 차용함으로써 생기는 혼합주의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일부 젊은 층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단지 사회혁명가인 체 게바라와 같은 존재로 간주하기도 한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관계없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따르고 소비한다. “나는 소비한다.고로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소비문화가 우리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우리가 가난과 겸손을 강조하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을 듣고 따르는 방식으로 소비할 때 교회와 그 구성원의 정체성이 강화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반면에 그분의 이미지만을 소비하면서 열광한다면 결코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분명 이 시대 새로운 복음화의 모델이기에 우리는 그분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서 예수님을 닮아가는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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